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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10년차 초등교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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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차였을 때 수학 수업을 하고 있는데 어떤 여자아이가 갑자기 교실 뒤 사물함으로 감. 그래서 사물함에는 왜 가는거야? 했더니 색연필 가지러 간대. 그래서 색연필은 왜? 했더니 갑자기 생각난거 색칠하고 싶대. 지금 수학 시간인데 그림을 왜 그려? 했더니 그제서야 아~ 함. 나는 내가 학생 시절에 애들 때리고 신경질 내는 선생님들 보면서 싫었던 사람이라 그러지 않겠다고 마음먹고 교사가 됐음. 그래서 지금 수학 시간이야. 그림 그리는 시간 아니고. 5분 동안 뒤에 서있다가 들어와 라고 했음. (그땐 체벌 금지되던 시절이 아니었음. 그리고 교육학에 잘못한 경우에는 타임아웃을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배움. 오은영 선생님이 얘기하는 생각하는 의자도 타임아웃에서 나온 방법임) 그 애한테 소리를 지르거나 화를 내거나 하지도 않았고 그 아이도 5분 뒤에 서있다가 자기 자리에 와서 앉음. 근데 다음날 그 애 아빠한테 전화가 옴. 다짜고짜 쌍시옷으로 시작하는 욕을 함. 처음에는 잘못 전화하셨나? 싶었음. 근데 듣고 보니 자기 아이가 뒤에 서서 얼마나 수치스러웠는지 아냐, 거기 서있는 동안 다리가 아팠다고 집에 와서 펑펑 운다 하는데 진심 할 말이 없었음. 그러면서 하는 말이 차라리 때리지 그랬냐 라고 함. 그래서 진심 벙쪄서 아버님. 정말 제가 OO이 때리길 바라시는 건가요? 라고 물음. 그랬더니 때려서 정신차리게 하면 되지 왜 뒤에 세웠냐고 함. 그리고 나서는 그 날 그 아빠 학교로 쳐들어 옴. 교무실에 실내화로 갈아신지도 않고. 그 때는 교감이 대신 이야기 해주고 넘어갔는데 아직도 이게 뭔 인가 싶음. 지금 생각해보면 그 아빠 말대로 때렸으면 더 난리쳤을 거 같음.

두번째는 우리 반에 정말 정신병원에 격리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아이가 있었음. 엄마 말로는 청각이 예민해서 그런다는데, 수업 시간에 다른 친구들이 선생님이 물어본 질문에 대답하는 소리도 시끄럽다고 신발 주머니랑 가방을 친구들한테 던져 댐. 그리고는 돌고래 소리 같은 비명을 질러 댐. 수업 진행이 아예 안됐음. 그래서 난동 부릴 때 마다 엄마한테 전화하면 복도로 걔를 내보내래. 근데 그거 암? 학습권 침해라고,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학생을 복도에 내보내면 학습권 침해로 고소당함. 그 아이 때문에 나머지 아이들 학습권이 침해 되도 그 이상한 아이의 학습권은 침해하면 안됨. 내 교직 10년 인생에서 그 한해 다른 착한 아이들한테 제일 미안함. 정말 그 1년 동안 수업 같은 수업을 해본 적이 없음. 아, 있었네 감기 걸려서 걔가 학교 안나왔을 때. 그리고 진짜 미안한 아이가 있는데, 너무 착해서 그 남자애한테 얻어맞아서 울면서도 챙겨주던 여자애가 있었는데 1학년 2학년 3학년 모두 그 애랑 같은 반이었음. 근데 4학년 반 편성 할 때 그 여자애랑 걔랑 또 같은 반으로 넣어줄 수 밖에 없었음. 다른 애들은 다 걔를 혐오하는데 걔만 혐오하지 않았거든. 그리고 그 엄마가 학년 말에 전화함. 그 여자애랑 같은 반 되게 해 달라고. 그래서 교장한테 그 엄마가 반 편성을 이렇게 요구한다 상의했더니 잠시의 고민도 없이 들어주라고 함. 그래서 그 아이한테 사흘에 걸쳐 세번을 물어봄. 혹시 OO이랑 내년에 같은 반 되면 어떨거 같냐, 정말 원치 않으면 다른 반 될 수 있다 그랬더니 그 아이가 또 마음 아프게 OO이는 저랑 친해요. 다른 친구가 안 놀아줘서 제가 있으면 같이 놀 수 있을거 같아요 라고 함. 심지어 그 엄마도 착하셔서 내년에 같은 학급 배정되는걸 찬성함. 그리고 그 이상한 아이는 5학년 때 담임 선생님을 폭행해서 다른 지역으로 전학 감. 다른 지역으로 폭탄 옮긴거.
새 학년 올라가서 친한 친구들이랑 반 편성 안됐다고 학교 쳐들어오는 학부모도 정말 많아서 반 편성 시즌 되면 선생님들 수없이 시뮬레이션 해보면서 반 편성함. 그래도 자기 아이 마음에 안들면 학교에 전화하고 학교로 쳐들어 옴.
근데 선생님은 그런 애한테 전문 기관에 상담 받아보라고 하거나 정신과에 가보라는 권유도 못함. 그 말에 학부모가 기분 나빠서 사사건건 민원 넣고 연락하고, 선생님이 능력 없어서, 자격 없어서, 케어 못해서 그런거다 라고 듣는게 더 싫거든. 그래서 시간 지나면 본인이 더 힘들어질게 뻔히 보여도 쉽게 말 못함. 전문 상담이나 치료에 대해 슬쩍 얘기 꺼내봤다가 학부모 반응이 안 좋으면 그냥 웃으면서 그 아이 잘하고 있다고 밖에 말 못함.

그리고 얼마전엔 초등교사 커뮤니티를 통해 알게 된 일인데 모두가 마시는 식수대에 입을 갖다대고 마시는 아이가 있어서 입 대고 마시면 안된다 얘기했더니 무시하고 그냥 감. 그래서 선생님이랑 얘기하자고 어깨를 잡았더니 그 애가 선생님 복부를 발로 차서 '교권보호위원회'가 열림. 근데 그 아이도 약을 먹는 아이었던듯. 그래서 폭행 당한 선생님이 이해하고 처벌하지 않고 넘어가기로 했나봄. 근데 교보위가 끝나고 그 학부모가 그 선생님을 아동학대로 신고함. 어깨를 잡았다고. 이게 말이되냐 싶지? 실제로 있었던 일임. 실제로 교권보호위원회가 열리고 나면 아동학대로 신고 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함. 왜냐면 우리 귀한 아이를 그런 곳에 가게 만든게 용서가 안되거든.

그리고 이건 같은 학교 동료교사가 당한 일을 직접 본건데 1학년에 급식실에서 상습적으로 바로 앞에 있는 남자애 머리를 잡아 당기고 발로 차는 여자애가 있었음. 근데 급식실 입구에 CCTV가 있어서 오랜 기간동안 녹화된 영상을 봤더니 정말 교묘하게 선생님이 자기쪽으로 올 때는 가만히 있다가 다시 돌아서 가면 괴롭힘. 해당 학부모도 영상 쭉 살펴보고 인정했던 부분임. 그리고 주변에 있는 아이들은 그 여자애가 무서워서 선생님한테 얘기도 못함. 그래서 그 선생님은 그런 괴롭힘이 있었는지 전혀 몰랐나봄. 근데 피해자 학부모는 괴롭힌 1학년 아이한테 뭐라 못하겠다고 하더니 어떻게 선생님이 그걸 모를 수 있냐고 선생님을 고소함. 선생님 하려면 뒷통수에도 카메라를 달고 다녀야하나 싶었음.

하소연은 여기까지 하고..

지금 전국에 있는 선생님들이 분노하는 이유는 딱 한 가지임. 체벌 부활시켜 달라는게 아님.지금 선생님 세대도 체벌 당하고 자랐던 세대이기 때문에 체벌 찬성하는 사람 그리 많지 않음. 얼토당토 않은 학부모의 요구와 괴롭힘을 쳐낼 수 있는 방어 수단을 달라는거임.
예전에 아이를 캐리어에 넣고 드라이기 불었던 인간이나, 정인이 사건 같은 안타까운 사건을 예방하기 위해 만든 아동학대 예방 법이 선생님들 목을 옥죄고 있음.
나는 학교는 아이들이 사회화 되는 과정을 경험하는 곳이라고 생각함. 그래서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는 잘못됐다. 하면 안된다. 를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함. 근데 저 아동학대 예방법 때문에 선생님들이 신고 당할까봐 '흐린 눈'(실제 선생님들 사이에서 밈으로 돌고 있는 말임)하고 생활하고 있음. 잘못한 아이를 무섭게 혼냈다고 정서 학대로 신고 당하고, 다른 아이를 때리고 있는 아이를 멈추게 하려고 두 손을 꽉 잡았다고 신체 학대로 신고 당함. 아이들을 지도하면서 나를 방어할 수단이 전혀 없음. 심지어 요즘은 학교 관리자(교장, 교감)도 너무 열심히 가르치려고 하지 말라, 아동학대 신고 안당하는 선생님이 잘 하는 선생님이다 라고 당연하게 얘기함.
아동학대는 무고죄가 성립되지 않기 때문에, 일단 고소가 되면 방어를 할 수가 없음. 학급의 다른 모든 학생들과 학부모가 아니다, 동료 교사들도 아니다 해도 한 학부모가 신고해버리면 학급 아이들과 분리 조치 되야 함. 수업에 들어가고 싶어도 들어갈 수 없다는 거임. 그리고 그 선생님은 혼자서 소송을 준비해야 됨. 학교 관리자들은 교사 편이 아니거든. 자신들의 안위, 무탈하게 정년을 맞는게 목표인 분들이기 때문에 문제 제기하는 학부모들 요구만 들어주고 조용히 넘어가길 원함.(그렇지않은 관리자들도 분명 있음) 그래서 이번에 서울 초등학교의 안내문을 보고 선생님들이 더 분노했던 이유가 사건이 있었던 다음날 잘 해결됐다는 말 때문이었음. 그 학부모랑 관리자들에게만 만족스러운 해결 방법이었겠지. 교사 자격이 없다고 얘기하는 학부모에게 교사보고 사과하라고 시키면 조용히 넘어갈 수 있지 않겠음? 그리고 아동학대 소송에서 무혐의가 나온다고 해도 선생님은 교사로서 자존감이 바닥을 치고 아이들 만나는게 두려워짐. 이게 지금의 초등학교의 현실임.
근데도 교육부 장관은 우리나라 선생님들은 수업 연구 안한다, 수업 시수도 적다, 지식 전달 수업만 하니까 공교육의 질이 낮아진다 하고 있음. 다른 나라들처럼 학교 업무 없이 수업만 할 수 있으면 전세계 누구보다 더 열심히 수업 연구할 대한민국 선생님들임. 근데 수업 끝나고 애들 보내자마자부터 업무 폭탄임. 교육청에서 제출하라는 건 뭐가 그리 많은지, 국회의원들 요구 자료는 수업 중이더라도 당장 몇 시간 내로 자료 제출하라고 함. 그래서 수업 시간에 수업 못하고 업무 처리 해야 하는 경우도 많음. 수업을 위해 고용된 선생님들이 수업에 집중할 수 없는 환경임. 수업 시수는 전제 수업 시수를 학교에 있는 교직원 수로 나눠서 평균을 낸 평균의 오류임. 급식실 영양 선생님, 보건실 보건 선생님, 도서관 사서 선생님, 심지어 수업이라고는 1도 하지 않는 교장 교감까지. 실제 수업하는 선생님들만 놓고 수업시수 평균을 내면 우리나라 선생님들 수업시수가 전세계에서 5등안에 들걸? 그리고 지식 전달 수업만 한다고 하는데 학교의 수업은 지식 전달이 목적 아님? 학교 수업의 목적이 뭐라고 생각하는건지 묻고 싶음.

이런 글 쓰면 그래도 너네는 방학이 있지 않냐, 일찍 퇴근하지 않냐, 누가 칼 들고 협박했냐, 그만둬라 너 말고도 할 사람 많다 반응 나올거 알고 있음. 근데 정말로 나는 매일 아픈 사람들을 상대해야 하는 의사보다 매일 행복한 웃음짓는 아이들과 지낼 수 있는 내 직업이 너무 좋음. 아이들이 주는 순수한 에너지의 힘을 느끼면서 아주 만족스럽게 교직 생활하고 있었음. 근데 요즘은 진짜 이대로 내가 계속 선생님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됨.

글을 마무리 하자면 전국에 있는 초등 선생님들이 바라는건 똑같을듯이상한 학부모의 요구에 대해 방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달라는 것.자기 기분 조금만 상하면 민원 넣고, 신고하고 하는거 막아 달라는 것.선생님들이 움츠려들지 않고 당당하게 아이들 지도할 수 있게 해달라는거임.그래야 착하고 해맑은 다른 많은 아이들도 피해를 보지 않고 학교 생활 할 수 있음.
추천 5

작성일2024-04-16 13:03

Mason할배님의 댓글

Mason할배
선생님.
고생이 많으십니다.
그러나 그러나 참고 이겨 내셔야 합니다.
가르치는 것도 배우시고 참는 것도 배우면서 자신을 지켜주세요.
선생이란 호칭은 왜 생겼을까요.
한문으로 치며 먼저 태어난 사람이 되겠지요.
그렇지요, 먼저 태어 났으니 세상의 물정을 많이 더 보셨을 것입니다.
이 세상은 하나에 하나를 보태면 둘이 아니고 셋도 넷도 되는 세상입니다.
열심히 해 주세요.
참으세요. 그리고 참을 수 있는 자신이 되세요.
긴 글 쓰시느라 마음 고생이 많으셨겠습니다.
믿습니다. 선생님은 역시 선생님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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