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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보 (미디어협회)
2019-01-01 새해에는 아름답게 늙어가게 해주세요
나이 숫자가 곧 그 사람의 흘러가는 세월의 스피드라고 했나? 왜 이리 세월이 빨리 지나가는지 21세기에 들어선지도 벌써 19년이나 되었다. 살아온 날 보다는 살아갈 날이 점점 더 짧아지면서 노년을 어떻게 보내야 잘 살았다고 평가받을 수 있을까를 누구나 다 고민하게 된다. 요즘은 안티에이징(Anti-Aging)이라는 말을 의학계뿐만 아니라 미용업계, 식품업계 등에서도 광고용 홍보문구로 무분별하게 사용한다. 그만큼 늙기 싫어하는 사람들에게는 나이먹어 보이는 것도 용서가 되지 않나보다. 젊어지려고, 아니 젊게 보이려고 엄청난 돈과 노력을 쏟아부어서 그런지 요즘 처음 만나는 사람들의 나이를 도저히 가늠할 수가 없다. 나이를 물어보는 것도 실례지만 "제 나이가 얼마나 되어보이냐?"고 물어보는 상대방에게 사실대로 말하면 분명히 서운해한다. 예상보다 최소 5살이나 10살 정도는 내려서 대답하는 것이 예의가 되어 버렸다. 모두 다 젊고 건강하게 사는 것이 나쁠것은 없지만, 외모가 젊어 보이는 것만큼 그 사람 내면의 나이도 먹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나이에 걸맞는 연륜과 인격을 갖춰야 함에도, 오히려 점점 더 어린애처럼 고집과 몰상식으로 주위사람들을 피곤하게 하는 어.른.아.이.들이 많다. 옛말처럼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사회진리가, 이제는 '나이를 먹을수록 떼를 써야 인정해준다' 는 식으로 변한 것 같다. 젊은사람들 한테 외면받는다는 소외감 때문인지 감정을 바로 표출하고 자신만의 고집을 절대 꺾지 않는다. 심지어 정치문제나 사회적 이슈를 보는 시각차이로 자녀들과도 대화가 단절되어 외롭게 살아가는 노인층들이 의외로 많다. 한 사회학자는 '사회적인 제도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인간의 평균수명만 늘어나는 것은 재앙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오늘날 선진국들은 늘어나는 노년층 인구들 때문에 사회적 고민을 심각하게 하고있은지 이미 오래되었다. 오래사는 것보다 인간다운 삶이 우선되야 하기 때문이다. 흔히들 이 시대에는 본받을 만한 어른들이 없다고 말들을 한다. 본인이 본받을 만한 어른이 되기위해 인격을 수양하고 행실을 바르게 하면 주위사람들이 본받을텐데 말이다. 나이는 벼슬도 아니고 그렇다고 남들에게 흉도 되지 않는다. 꼭 성공한 삶을 살지 않았어도 후손들에게 자신의 시행착오까지 고백하며 들려주는, 상대가 나이가 어리더라도 인격적으로 대해주고 이해해주는, 죽는날까지 계속해서 배우는 자세로 교양을 넓혀가는, 그런 심신이 건강한 노인이 되고싶다. 책상앞에 이 글귀를 써서 붙여본다. '새해에는 아름답게 늙어가게 해주세요'
박성보 (미디어협회)
2018-12-01 더 이상의 안전지대는 없다
올해만 하더라도 지구촌 곳곳에서 태풍과 지진 등 자연재해가 끊이질 않고 발생했다.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홍수, 태풍, 폭염, 폭설, 지진의 피해는 자연앞에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가를 일깨워주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역사적으로 보면 인간들은 자연재해로 부터 안전한 곳을 찾아서 정착하기 시작했다. 너무 덥거나 추운곳은 아닌가? 비나 눈이 많이 오는 곳은 아닌가? 지진이나 태풍이 자주 발생하는 곳은 아닌가 등등 기후환경에 따라 인간의 거주지가 결정되며 이에따른 거주비용도 차이가 나게 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캘리포니아지역은 여러 기후환경이 그래도 좋은 편에 속한다. 미국내 다른 지역에 비해 기온도 적당하고 여타 자연재해에 덜 노출되어 살기 편한 곳으로 잘 알려져있다. 물론 환태평양 지진대에 속한 지역으로 언젠가 올지 모르는 대지진의 공포가 있기는 하지만, 매년 발생하는 동부지역의 폭설과 남부지역의 허리케인에 비하면 그래도 비교적 안전한 지역이라고 볼 수 있다. 기후가 좋고 거주환경이 좋다는 것은 인구가 밀집된다는 것과 비례하고 이는 부동산가격이 높다는 사실과도 비례하기 마련이다. 특히 샌프란시스코를 위시한 베이지역은 온화한 날씨와 편리한 교통망, 안전한 지역이라는 프레미엄이 붙으면서, 수년전부터 부동산가격이 치솟기 시작하여 거주비용이 가장 많이 드는 도시중에 하나가 되었다. 이 지역 거주민들 사이에는 미국내 최고수준의 렌트비를 매달 지불하면서도 그 액수안에는 좋은 날씨에서 사는 '기후세금'이 들어있다고 하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이런 좋은 기후환경에서 산다고 자부심을 갖고 있던 지역주민들이 점점 이 지역에 환멸을 갖기 시작했다. 매년 발생되는 산불의 피해가 점점 커져 만 가고 있기 때문이다. 겨울철을 제외하고는 비가 오지 않는 건조한 날씨에 바람까지 강하게 부는 해양성 기후가 산불을 더욱 위력적으로 만들어 엄청난 면적을 잿더미로 만들어 가고 있다. 산불피해가 없는 지역이라도 그 연기가 수백마일을 넘게 덮어버려 숨쉬기가 어렵게 되기까지 했다. 요세미티 국립공원이나 웬만한 야산에도 산불에 타서 검게 그을린 고목들을 흔히 보게된다. 해가 지나며 새싹들이 돋아나서 언젠가는 다시 울창한 숲이 되겠지만, 산불로 이미 집을 잃어버렸거나 가족을 먼저 보낸 피해자들의 상처는 평생을 남아있을 것이다. 대도시에 살면 생활은 편하지만 교통사고나 안전사고의 위험이 있고, 한적한 시골은 온갖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며, 외딴섬에 혼자 산다면 외로움에 지칠것이다. 이래저래 이 지구상에 더 이상의 안전지대는 없다. 그저 주어진 환경에 감사하며 살아가는 수 밖에… 박성보 기자 샌프란시스코 저널
박성보 (미디어협회)
2018-11-01 범죄와 질병 사이에서
# 1978년, 당시 샌프란시스코 시의원이었던 댄 화이트는 동료의원인 하비 밀크와 조지 모스콘 시장을 시청안에서 살해했다. 하지만 그는 법정에서 본인이 몸에 좋지 않은 인스턴트 식품을 과다 섭취해서 그런 비이성적인 행동을 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특히 본인이 '호스테스 트윙키' 를 많이 먹은 탓에 정신 능력의 감퇴를 가져왔다는 살인자의 진술에, 관대한 배심원들은 1급살인이 아닌 충동살인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미국 최초로 동성애자임을 커밍아웃한 인물로도 유명한 하비 밀크의 죽음으로 당시 미 전국의 동성애자들이 무지개 깃발을 들고 항의시위를 하기도 했다. # 2018년 10월, 본국 서울의 한 PC방에서 손님이 아르바이트생을 흉기로 32차례나 찔러 살해한 끔직한 살인사건이 있었다. 20세의 성실한 청년이 대낮에 억울한 죽음을 당한 것과 경찰의 안이한 대응에 국민들의 분노를 샀다. 더구나 범인이 우울증약을 복용해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심신미약으로 인한 형량이 감형되는것에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백만명을 넘어섰다. 형법 10조에는 심신장애로 인한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않거나 형을 감경한다는 조항이 있다. 본래 무기징역이 합당했지만 심신미약으로 12년 형을 받은 성폭행범 조두순 사건에 대한 국민의 비판정서가 이번 사건으로 표출된 것이다. 오늘날 몇몇 국가에서는 가장 극악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무죄 판결을 받는 것이 이론적으로 가능하게 되었다. 단순히 정신적, 감정적 무질서와 혼란에 책임을 돌리면 되는 것이다. 또한 범행을 저지른 술꾼과 마약 중독자들은 '약물의존'이라는 자신의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을 찾아가면 된다. 한국 등 일부국가 에서는 술에 취한 상태로 범죄를 저지르면 '정상참작'이라는 이유로 형량을 줄여주기도 한다. 술에 취하여 아무 기억도 안 난다고 진술을 하면 이를 법정이 심신미약 상태로 인정해준 판례가 많다. 이렇듯 현대사회에서는 인간의 모든 잘못을 질병으로 설명하고 있다. 온갖 부도덕하고 악한 행동을 이런저런 심리적 증후군으로 정의를 내린다. 이런 사회적 현상때문인지 정신과 치료를 포함한 상담산업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조금만 불안해 하거나 신경질을 부려도 정신과 전문의를 찾아가 보라고 권한다. 전문치료사들은 하나같이 강조한다. '당신은 죄가 없으니 죄책감에 시달리지 말라'고... 요즘은 교회에서도 '죄' 나 '회개'에 관련된 설교는 듣기 힘들다. 교인들이 그런 설교를 듣기 불편해 하기 때문이다. 마음을 편하게 해주고 재미있는 설교자가 인기있는 이유다. 사회정의(社會正義)라는 것은 단순하다. 죄(罪)는 죄고, 죄를 지으면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하면 된다. 박성보 기자 샌프란시스코 저널
박성보 (미디어협회)
2018-10-01 칭찬에 인색한 사회
얼마전 본국의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을 공식 방문하여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한반도 비핵화를 논의하고, 같이 백두산 천지를 등반하여 양국의 화해분위기를 조성하고 돌아왔다. 눈물을 흘리며 감격해 하는 국민들도 많았지만, 완전한 비핵화의 성과를 이루지 못하고 관광만 하고 돌아다녔다고 폄하하는 언론과 야당위원들도 있었다. 본인들과 사상이나 노선이 맞지않는다고 무조건 반대를 위한 반대를 일삼는 사람들의 속성은 무엇일까? 미국에 살면서 누구나 다 느끼는 것이 있다면 미국사람들은 참 칭찬에 익숙하다는 것이다. 새로 사입은 티셔츠와 헤어스타일 조금 바뀐것도 멋있다고 칭찬한다. 애들이 야구경기에 졌어도 열심히 뛰었다고 칭찬하고, 맛없는 요리를 했어도 음식모양이 이쁘다고 칭찬을 한다. 칭찬이 몸에 배어있는 듯 뭘해도 칭찬을 하니 상대방은 기분이 좋고 더 잘 하려고 노력을 하게된다. 유독 칭찬에 인색한 한국사람들을 보며 과연 왜 그럴까를 생각해본다. 많은 학자들은 엄격한 유교문화권에서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 부모들에게서 그 원인을 찾는다. 자식사랑은 속으로 하는거지 겉으로 표현하면 자녀를 망친다는 잘못된 교육관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부모가 칭찬을 받아보지 못했으니 자녀들에게도 칭찬을 해줄수가 없다. 자신도 모르게 칭찬과 격려에 인색한 사람이 되어버려서 남들은 물론 자녀들에게도 칭찬 한마디 건네지 못하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칭찬을 하지 못하는 또 다른 원인으로 자신의 열등감을 들 수 있다. 칭찬을 하게 되면 마치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들고, 웃는 것도 아부를 하는 듯 하여 항상 위축이 되어있다. 따라서 열등감이 강한 사람일수록 칭찬에 인색해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고 하겠다. 이런 사람이 한 집안의 가장이거나 공동체의 리더일 경우 칭찬과 격려가 없는 삭막한 조직이 되기 쉽다. 얼마나 칭찬이 없는 사회였으면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라는 제목의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었을까 아이러니 하다. 일본의 유명한 저자 나카타니 아키히로는 이런 말도 했다.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고 착각하지 마세요. 이 세상에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우리는 자주보는 드라마에서도 남녀주인공이 자신의 속마음을 말하지 않아서 서로 고비를 넘기는 것을 지켜보며 안타까워 한다. 마음을 전하기 위해서는 쑥스러움을 버려야 한다.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 요즘 본 기자도 칭찬하는 법을 훈련중이다. 확실히 바뀐것이 있다면 아내가 잘 하는 요리가 부쩍 늘어났다는 것이다. 박성보 기자 샌프란시스코 저널
박성보 (미디어협회)
2018-09-04 악법도 법인가?
소크라테스가 최후에 한 말이라고 알려져 있는 '악법도 법'이란 말은 후대에 누군가에 의하여 만들어진 말이라고 한다. 당시 억울하게 죽음을 맞이한 소크라테스에게 감옥을 탈출할 기회가 있었는데도 이를 거부하고 생을 마감하게 되자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이 나오게 된 배경이 된 것이다. 법을 지키고 따라야 사회질서가 유지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이다. 하지만 역사를 통해서 보면 독재자들과 법의 권위를 옹호하는 기득권 세력들이 주로 이 말을 전제하며 법에 순종하라고 강요해 왔다. 군사독재 시절에 국민들을 감시하기 위해 만든 국가보안법이 얼마나 인권을 무시한 악법이었는지 수 십년이 지나서야 알게되지 않았는가. 대다수의 많은 사람보다 기득권을 가진 소수의 사람만을 위한 법이 충분히 있을 수 있고, 시대에 뒤떨어져서 아무도 그것이 법이라고 인정해주지 않는 사문화된 법도 현실적으로 존재할 수 있다. 그래서 법은 영원한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나 구성원들이 공감하고 인정해줄 때 법의 권위가 있는 것이다. 법을 위해 국민이 있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위해 법이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민사회에서도 이 '법' 때문에 갈등을 빚는 경우가 많다. 주로 한인단체들이 자신들의 활동범위와 대표를 선출하는 선거규정등을 종합해서 만든 정관(articles of association)을 두고 말들이 많다. 현실에 맞지 않으니 개정을 하거나 어떤 방향으로 바꾸자고 하는데 이견이 있을 수 있다. 이럴때 서로 충분한 검토와 논의를 거치며 민주적으로 개정절차를 밟아야 후에 문제를 예방할 수 있다. 수 년전 이 지역에 모범적인 한 체육단체가 후임회장을 선출하는 데, 정관에 제시한 날짜를 며칠 넘기고 회장을 선출했다가 내분에 휩싸여 문제단체로 낙인이 찍힌적도 있었다. 법이나 정관을 개정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법을 준수하고 혹시 갈등이 생기더라도 성숙하게 해결하는 지혜가 필요할 때다. 박성보 기자 샌프란시스코 저널
박성보 (미디어협회)
2018-08-04 딜리버리를 원하십니까?
10여년 전 쯤 맥도날드 햄버거가 새로운 메뉴를 선보이며 했던 광고문구가 생각난다. 'Do you want a delivery?' 이 정도의 굉장한 메뉴를 만들었는데 더 이상 뭐가 필요하냐는 의미로 그 문장을 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세상은 그동안에도 많이 변하여 맥도날드는 딜리버리 서비스를 하는 매장이 늘어났고, 우버차량을 이용하여 웬만한 레스토랑 음식은 전부 배달을 시켜 먹을 수 있게 됐다. 월마트나 메이시스 같은 거대한 소매업체들은 아마존을 비롯한 온라인 쇼핑업체들에게 밀리면서 몸집을 줄이고 온라인 거래와 딜리버리 시스템을 강화시키고 있다. 이렇듯 현대사회는 하루가 멀다하고 새로운 상품과 새로운 시스템이 등장하고 새로운 문물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바로 도태가 되는 급박한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 북가주지역 한인사회의 역사와 함께 해온 한인언론사들도 많은 변화를 겪으며 오늘에 이르렀다. 최근 10년간 일간지와 주간지, 커뮤니티 사이트 몇 개가 문을 닫고 기존 업체들도 직원수를 대폭 줄이며 긴축경영을 하고있다.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인터넷 접속이 간편해졌고 이로인해 지면을 통한 신문시장은 더욱 위축되어 가고있다. 또한 무료 주간신문들은 부동산, 요식업소 등 광고주들의 감소로 광고비 수익이 줄어들고 있고, 신문의 주요 배포지인 한인마켓과 한인식당들의 비협조로 독자들에게 전달하는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북가주지역으로 이민이나 유학을 오게되면 가장 먼저 한인사회의 정보를 얻는 곳이 한인마켓과 지역 정보신문임을 감안하면 독자들과 점점 멀어지는 것 같아 안타깝기도 하다. 본 샌프란시스코 저널도 이러한 신문시장의 현주소를 냉정하게 판단하고 독자들에게 효율적인 배포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오랜 고민을 해오던 중, 지난달부터 '우편으로 직접배달'이라는 파격적인 서비스를 시작했다. 북가주 전 지역의 한인업소와 한인가정들을 1차적으로 선정해 1,600부를 이미 우편으로 발송을 마쳤다. 향후 집에서 편하게 매거진 받아보기를 원하는 독자들에게도 무료로 우편발송을 할 예정이다. 딜리버리를 원하십니까? 박성보 기자 샌프란시스코 저널
박성보 (미디어협회)
2018-07-04 분노조절 장애
요즘 본국뉴스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인물이 있다면 문재인 대통령과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 이명희씨다. 한 사람은 남북관계를 전쟁위기에서 평화시대로 전환시키고 있는 나라의 지도자이지만, 또 다른 한 사람은 온갖 구설로 집안 망신에 나라 망신까지 시키고 있는 재벌총수 사모님이다. 그녀는 공사장 현장에 나타나 작업자들에게 폭언과 폭행을 일삼고 수행기사에게는 입에 담지못할 욕설을 하는 등 갑질을 넘어 정신이상증세까지 보이며 부끄러운 민낯을 온 국민에게 보여주고 있다. 이명희씨의 폭행, 상해사건 등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이 법원에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구속영장을 두번이나 기각하여 국민들의 분노를 더했다.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유는 이씨가 피해자들과 합의를 했다는 사실과 '분노조절장애' 진단서를 제출했기에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분노조절 장애가 있다면 고의성이나 의도성이 낮은 것으로 보일 수 있고 제어가 불가능한 질환 때문에 이상행동을 했다고 판단 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분노조절 장애란 정식 학술 명칭은 '간헐적 폭발 장애'(intermittent explosive disorder)를 의미하며 간단하게 말하면 분노와 관련된 감정 조절을 이성적으로 할 수 없는 상태로, 간헐적인 공격 충동이 억제되지 않아 실제 주어진 자극의 정도를 넘어선 파괴행동을 저지른다고 한다. 이명희씨의 경우는 사회적으로 인지도가 높고 두 딸이 땅콩회항이나 회의도중 물컵을 던지는 이상행동을 한 가족의 전력(?)때문에 관심을 받은 것 뿐이지,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비슷한 사례는 어느 곳에서나 쉽게 찾을 수 있다. 대로변에서 모르는 사람을 무작정 폭행한다든지 이웃과 사소한 말다툼을 벌이다가 흉기로 살해까지 하는 경우는 이제 주요뉴스 거리도 되지 않는다. 젊은이들은 무한경쟁사회에 내몰려 언제 낙오될 지 모르는 불안감이 쌓여가고, 노인들은 가족과 사회의 무관심에 분노하다가 홧병까지 얻는다. 특히 한국 국민들은 불평등하고 불공정한 사회때문에 자신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의식이 잠재해 있는 듯 하다. 그래서 화를 참지 못하고 분노를 바로 표출해야 자신이 존재감이 있다고 여기는가 보다. 모두가 스트레스가 쌓여서 화를 내지 않고는 살지 못한다는 이 현대사회에서도 평온하며 미소를 잃지않는 사람도 많이 있다. 그들은 화를 내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화를 조절하여 겉으로 표현을 하지 않을 뿐이다. 익은 벼가 고개를 숙이듯이 좌절과 실패를 겪은자 만이 수행을 통해 그 경지에 이르는 것이다. 박성보 기자 샌프란시스코 저널
박성보 (미디어협회)
2018-06-04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말라
구약성경에 보면 이집트를 탈출하여 광야를 헤매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하나님은 십계명과 함께 지켜야 할 여러 규례를 이야기 한다. 그 중 반복되어 나오는 말 중에 하나가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말라'이다. 수 천년이 지난 옛날 고전적인 이야기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적용되는 좋은 격언이 아닌가 싶다. 좌우로 치우치지 말라는 것이 꼭 한국사회의 이념논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지라도 우리는 너무 극심한 흑백논리로 무장된 정치적인 성향의 주위사람들을 많이 본다. 좌파나 우파로 갈린 보수세력과 진보세력은 항상 상대를 거의 적들로 여기며 자신만이 옳다고 주장한다. 요즘은 언론들까지 합세하여 똑같은 사건을 다루면서도 서로 상반된 시각으로 논평을 내놓아 국민들을 양분화 시킨다. 워낙 정치적으로 관심이 많은 한국국민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수 만리 미국땅에 이민와서 살고있는 재외동포들까지 이런 정치적 논쟁에 휘말리는 것을 보면 때론 안타깝기도 하다. 본지가 함께 운영하는 지역커뮤니티 사이트 게시판에 들어가보면 매일 정치적인 논쟁을 벌이기 일쑤다. 누가 알아주지도 않는데도 자기가 좌,우파세력의 대변자 인양 침튀기며 설전을 벌인다. 그 시간에 영어공부나 파트타임 일이라도 더 하지.. 좌우로 치우치지 말라는 것은 극단에 치우치지 말고 중간정도에서 평범하게 살라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너무 유행에 민감하여 패션이나 트렌드만 쫒지도 말고 그렇다고 세상과 담 쌓고 패쇄적인 삶을 살아가지도 말라는 권고일 것이다. 이민자일 경우에는 고국소식에 너무 민감하지도 말고 소속된 커뮤니티에 적당히 적응하며 살라는 의미도 될 것이다. 이 말은 또한 동양적인 사상인 과유불급(過猶不及)과 중용(中庸)과도 일맥상통하다고 볼 수 있다. 공자는 편중되지 않고 지혜롭게 살아가는 것이 군자의 도리로 본 것이다.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살기 위해서는 정성을 요하는 것은 물론 감각의 과부하에 걸린 현대인들이 날마다 싸워내야 할 영원한 숙제인 것은 분명한가보다.. 박성보 기자 샌프란시스코 저널
박성보 (미디어협회)
2018-05-04 협상의 기술
화폐가 발달하지 않았던 시대에는 물물교환이 경제활동의 전부였다. 하지만 산업화를 거치며 구조적으로 복잡해진 현대사회에서는 모든 분야에서 관계와 타협, 즉 협상이 모든 경제의 중심으로 자리잡고 있다. 시장이나 마켓에서 물건값을 흥정하는 것 부터, 기업이 새로운 장비나 인력을 보충하는 과정, 나아가 국가간 무역이나 외교관계 등 대다수의 행위가 협상(negotiation)으로 이루어 진다. 협상을 잘 하는 것이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고 이는 가정에, 기업에, 국가에 큰 도움을 준다. 예를 들어 자동차나 집을 좋은 가격에 구입하거나 회사의 주력상품을 외국의 바이어에게 대량으로 판매 했을 때 우리는 협상력이 좋다고 담당자를 치켜세운다. 유능한 협상가들은 나름대로의 기술을 갖고 있으며 이들의 역할과 가치가 점점 중요시 되고 있다. 일류기업의 협상전문가들이 조언하는 '협상의 기술'을 살펴보면 다음의 몇가지로 축약된다. - 서로 윈윈(win win)하는 협상을 위해서는 상대를 잘 알아야 한다 - 상대에게 신뢰를 주고 서로 상생하는 목표를 세워두어야 한다 - 양보의 가치를 높혀야 하고 말은 많이 할수록 불리하다 - 대화와 토론으로 갈등을 해결하고 타협을 존중해야 한다 - 상대를 공격하거나 비아냥거리는 말투는 금물이다 우리는 최근 뉴스를 통해 이 협상 초보자들의 실패사례들을 자주 본다. 미주내 한인단체들이 내부문제가 발생하면 이를 자체해결하지 못하고 미국법정에 소송을 제기하여 나라망신을 시키는 사례. 한국 대기업 노사가 분쟁을 벌이며 과격한 거리시위로 시민들에게 불편을 끼치는 사례. 국회의원들이 서로 자기가 잘났다고 삿대질하며 몸싸움까지 벌이는 추태... 조금이라도 양보할 줄 모르는 협상의 미숙아 들이다. 세계의 이목이 북한비핵화를 둘러싼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에 쏠려있다. 협상테이블에 앉은 최고권력들이 과연 원만한 합의와 양쪽 국민들이 원하는 수준의 결과를 도출해 낼 수 있을까에 전세계 언론이 촉각을 세우고 있다. 이 시대 최고의 협상이 될지 최악의 협상이 될지 그 누구도 장담을 못하기에 답답하기만 하다. 박성보 기자 샌프란시스코 저널
박성보 (미디어협회)
2018-04-04 For Our Lives
# 지금으로부터 꼭 6년전인 2012년 4월. 캘리포니아주 최악의 총기난사사건이 바로 우리곁에서 발생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계신지. 오클랜드에 위치한 한인이 운영하는 대학교에서 이민자의 자녀인 한인 1.5세가 동료학생과 교직원등 7명을 총격살해한 매우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당시 일간지 취재기자였던 본인은 사건이 발생하자 바로 현장으로 달려가 범인의 신상정보와 사건 경위에 대해 취재하던 중, 범인이 평소 알고 지내던 분의 아들이라는 사실에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시민권자였지만 완벽하지 못했던 영어실력과, 뒤늦게 시작한 간호대학 공부에 나이어린 동료들로 부터 따돌림을 받았으며, 결국은 극심한 생활고까지 겹쳐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본인은 그 사건에 범인의 사진을 입수하여 언론사 최초로 보도하고, 당시 범인이 수감되어있던 형무소로 찾아가 단독 인터뷰를 따내며 본사로 부터 특종상의 영예를 누렸지만, 한동안 후회의 눈물을 흘리던 그의 얼굴과 희생된 학생들의 가슴아픈 사연속에서 깊은 죄책감에 빠지기도 했다. 세계 초강대국임을 자부하는 미국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여러요인 중 첫번째로 꼽히는 총기문제. 시도때도 없이 터지는 총기난사사고가 이제는 더이상 방치하기 힘든 최고의 골칫거리로 부각되고 있다. 1년에 총기사고로 사망하는 미국인이 3만명이 넘는다고 한다. 이중 2만 명 정도는 자살이고 나머지 만 여명은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타인의 총에 의해 살해를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중에는 한인 이민자들은 물론 어린 아이들도 포함되어 있으니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매번 대형 총기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총기규제를 입법화 하자는 여론이 형성되고 법안통과를 위해 상하원의원들을 압박하지만, 거대한 총기제조업체들의 로비에 번번히 벽에 부딪히고 있다. 총기휴대 옹호론자들의 논리는, 이렇게 세상이 위험하니 본인의 안전을 위해 국민 모두가 총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하지만 미국이 자멸의 길을 가고 있다고 경고하는 지식인들이 늘어나고 젊은이들이 행동으로 나서고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여겨진다. March For Our Lives.. '우리의 생명을 위한 행진'이라는 주제로 지난달부터 미국 전역에서 수 백만명이 총기규제를 외치며 행진을 시작했다. 미국총기협회(NRA)에 매수당한 정치인들에 맞선 집단행동으로 시민혁명을 방불케 한다. 부패한 정치권을 겨냥했던 한국의 촛불혁명이 미국에서도 성공적으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성보 기자 샌프란시스코 저널
박성보 (미디어협회)
2018-03-04 올림픽의 감동스토리
지난 2월에는 본국 평창에서 열린 동계올림픽 경기 중계를 보느라고 밤잠을 설친 분들이 주위에 많은 것 같다. 4년마다 열리는 세계 동계스포츠의 제전이자 고국에서 개최되는 최초의 동계올림픽이기에 더 애정을 갖고 지켜 보았나보다. 17일의 짧은 기간이 었지만 각종 경기를 둘러싼 참가선수들의 감동적인 얘기들이 연일 화제가 되기도 했다. 비록 메달권 실력은 아니었지만 남북의 선수들이 단일팀을 이뤄 평화를 상징한 여자 아이스하키팀, 경기중 넘어졌는데도 다시 일어나 역전극을 펼치며 금메달을 딴 여자 쇼트트랙 선수들, '영미'를 외치며 유행어를 만들어낸 돌풍의 여자 컬링선수들... 그외에도 3번의 올림픽에 참가하여 감동의 메달을 선사한 이상화 선수, 경기이름도 생소한 스켈레톤에서 독보적인 기록으로 우승을 한 윤성빈 선수, 재미동포 출신으로 아리랑에 맞춰 한복차림으로 아이스댄싱을 선보인 민유라 선수가 우리를 감동하게 만들었다. 축구나 야구, 풋볼 등 프로선수들이 뛰는 상업적인 경기는 박진감이 있고 재미는 있지만, 나이어린 선수들이 4년을 기다리며 혼신을 다해 경기에 임하는 올림픽 경기만큼의 감동은 별로 없는것이 사실이다. 자신의 몸값을 올리기 위해 좋은 성적을 내는 프로선수와, 자기나라의 국기를 새긴 유니폼으로 오직 메달과 기록을 향해 뛰는 아마추어 선수가 같을 수는 없다. 그래서 올림픽경기는 다른 스포츠경기와 다르게 감동과 눈물을 주는 것이다. 올림픽이 열리는 기간중에 감동이 아닌 분노를 일으킨 사건들도 많았다. 한국에서 뒤늦게 일고있는 #Metoo 운동이다. 검찰에서 시작되어 문화예술계 전반에 걸쳐 성폭력에 시달리던 여성들이 피해사실을 고백하기 시작한 것이다. 정말 딸 같은 제자나 후배들에게 몹쓸 짓을 해왔으면서도 양심에 거리낌없이 반쪽 사과만 하는 가해자들의 뻔뻔함에 국민들은 분노했다. 올림픽을 둘러싸고 여야 정치인들의 이념적인 이전투구도 올림픽으로 감동을 받은 국민들에게 짜증을 선물했다. 메달을 따지 못했어도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해준 참가 선수들에게 관중들은 아낌없이 박수를 보냈다. 멀리서 TV를 통해 경기모습을 지켜본 해외 한인들도 격려의 메세지를 보냈다. 축제는 끝났 지만 우리는 또 하나의 진리를 배운다. 위대한 땀방울을 흘리며 남들에게 감동을 준 사람들은 축복을 받지만, 남의 눈에 피눈물을 흘리게 한 자들은 결국 수치와 그에 상응하는 벌을 받는다는 것을. 박성보 기자 샌프란시스코 저널
박성보 (미디어협회)
2018-02-04 스마트폰의 허와 실
현대인들의 생활문화가 바뀌어가면서 사라져가는 것들이 많다. 그 중에 대표적인 것이 공중전화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전화 한통을 쓰기 위해 공중전화 앞에 줄을 서서 기다리던 풍경은 이미 아련한 추억의 모습들이 되어버렸다. 공중전화를 거리에서 내몰아 낸 주범은 역시 개인용 휴대전화, 즉 스마트폰이다. 나날이 발전하며 그 기능을 더해가고 있는 스마트폰(실은 휴대용 개인컴퓨터)은 전화기의 기능보다는 인터넷을 통한 정보창고, 카메라, 수첩, 네비게이션 등 그 기능은 무궁무진 해지고 있다. 개인비즈니스를 하거나 회사원일 경우 수시로 고객들과 이메일을 주고 받으며 업무를 진행하기에, 스마트폰을 잊어버리거나 고장이 나면 모든 업무가 중단되는 사태에 이르기도 한다. 요즘 호텔은 물론 식당에서도 무선인터넷(Wi-Fi)이 제공되느냐에 따라 매출이 다르다고 한다. 청소년들도 스마트폰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어 최신모델이 출시되면 매장앞에서 밤을 새워 줄을 서 가면서도 구입하는 진풍경이 연출된다. 이렇게 너도나도 갖고 다니는 이 스마트폰이 때로는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애물단지로 취급받는 경우도 있다. 숨소리조차 내기 민망한 클래식 공연장이나 조용하고 엄숙하게 드리고 있는 교회의 예배시간에 갑자기 울려대는 전화벨 소리나 신호음은 그야말로 분위기깨는데 최악이다. 때론 자신의 전화기소린지도 모르고 내버려두는 사람도 있어 더욱 짜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최근엔 한국사람들이 가장 많이 선호하는 '카카오톡'(1억명이상이 가입됐다고 함)으로 인한 공해도 도를 넘고 있다. 운전 중 문자를 보거나 보내느라 운전부주의가 발행하고 이로 인한 교통사고도 급증하고 있다. 또한 단체카톡(한사람이 여러사람에게 똑같은 메세지를 보내는 것)으로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으로 부터 수 십건의 메세지가 연속으로 올 때도 있다. 지금이야 줄었지만 한때 본국 대통령탄핵이 진행될 때는 출처가 불분명한 가짜뉴스들이 무분별하게 살포되기도 했다. 이는 전세계 어디서나 실시간으로 전달되다보니 한밤중에 신호음에 단잠을 깨기도 한다. 부작용은 이메일도 마찬가지다. 어떻게 알았는지 개인 이메일주소로 각종 스팸메일이 쏟아져 들어오고, 간혹 개인정보가 해킹되어 주위사람들에게 본인도 모르는 메일이 전송되기도 한다. 이메일이나 카카오톡, 트위터 등 SNS가 무료로 운영되고 은근히 중독성이 있어 필요이상 과다하게 사용되고 있는게 현실이다. 웬만한 사용자들이 전화기로 필요없는 수신기록을 확인하거나 지우느라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고 있고, 어린 학생들의 스마트폰을 이용한 게임중독도 새로운 사회문제가 되고있다. 식당에서 온 가족이 함께 앉아 식사를 하는데도 전부 자기 전화기만 쳐다보는 모습을 지켜보자면, 스마트폰의 등장이 편리함만 주는 것이 아닌 것 같아 괜히 씁쓸하다. 박성보 기자 샌프란시스코 저널
박성보 (미디어협회)
2018-01-04 기본부터 다시 시작하자
'미국에서 살면 영어는 자연스럽게 배운다' 미국에 와 있는 이민자들은 이 말이 얼마나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알 것이다. 물론 미국내 학교를 다니거나 직장과 가정에서 영어만 사용한다면 가능할지는 몰라도, 그냥 세월이 지나면서는 결코 자연스럽게 영어가 늘지는 않는다. 이미 굳어버린 입으로는 영어의 발음도, 표현법도 한계가 있음을 느낄 것이다. 이는 주류사회에 진출하려는 여러 이민자들이 겪는 똑같은 고민이자 숙제이기도 하다. 작년에 개봉된 일본군위안부 할머니들의 증언을 주제로 다룬 영화 'I can speak'에서 보면, 나이드신 할머니가 매일 영어단어와 문법을 힘들게 공부해가며 목표를 달성해가는 과정을 볼 수 있다. 영어를 포함한 모든 언어는 그냥 가만히 있어서 잘되는 것이 아니고 기초문법부터 배우고 반복적인 훈련을 통해서만이 숙달된 수준의 언어를 구사하게 된다. 요즘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는 재난과 재해로 몸살을 앓고 있다. 기초가 부실한 건물은 약간의 지진이나 홍수에도 예상외의 피해를 입고 많은 희생자를 낸다. 규격에 맞지않는 값싼 건축자재를 쓰기도 하고 안전점검을 받지 않아 결정적인 순간에 어처구니 없는 대형사고로 번지는 경우가 많다. 건물붕괴나 교량사고들을 후진국형 사고라고 치부하는 데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한인교계에서도 자성과 회개의 목소리들이 자주 들린다. 지나친 성장위주로 인해 거대해진 현대교회가 붕괴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교회를 오래다녔다는 이유로, 헌금을 많이내고 목소리가 크다는 이유로, 기초가 부실한 교인들이 교회중직을 맡으며 교회내 분란을 야기하는 등 내분이 이어지고 있다. 500년 전 부패한 로마 카톨릭에 대항하여 일어났던 종교개혁이 다시 이땅에서 일어나야 된다고 의식있는 교회지도자들이 외치고 있다. 모래위에 지은 집이 불안하듯이 기초가 부실한 건물은 언젠가는 대형 인명피해를 막을 수 없다. 화재나 홍수, 지진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건물을 허물고 다시 기초공사부터 해야만 더 큰 화를 면할 것이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속담처럼 기본부터 잘못된 것을 나중에 고치는데는 크나 큰 비용과 희생이 따른다. 기본기가 부족한 운동선수가 쉽게 슬럼프에 빠지고, 경영능력의 기초가 부족한 회사의 미래는 없다. 2018년 새해에는 늦더라도 기본부터 다시 시작하는 한 해가 되길 소망해 본다.
박성보 (미디어협회)
2017-12-04 내려놓으면 편해진다
어느 교장의 편지 영국에 45세의 젊은 나이에 교장으로 임명된 사람이 있었다. 그가 맨 처음 한 일은 65세 생일에 뜯어보도록 스스로에게 편지를 보낸 것이었다. 거기에는 이런 내용이 담겨있었다. "오늘로 당신은 65세가 되어서 이제 교장의 직무를 더 젊은 사람에게 넘겨줄 때가 되었다. 당신은 스스로에게 당신을 대치할 만한 인물이 없고 당신 없이는 아무것도 못할 것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선전이니 절대 믿어서는 안된다" 실제로 그가 편지를 뜯어보았을 때 스스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고 생각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충고를 그대로 받아들여 리더십을 다른 이에게 넘겨주었다. 내려놓지 못하는 사람들 우리가 때때로 듣는 안타까운 이야기는, 어떤 조직에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했던 지도자가 은퇴할 때가 되었는데도 리더십을 다음세대에 넘겨주지 않고 계속 붙들고 있다는 것이다. 아니면 그권력을 자기 자녀나 주위사람에게 넘겨주어 계속 영향력을 발휘하려 한다는 것이다. 최근 뉴스에서도 이런 내려놓지 못하는 사람들을 만난다. 37년간이나 독재정권을 유지해오던 아프리카 짐바브웨의 무가베 대통령이 결국 군부쿠데타로 대통령직을 사임했다. 축출사유는 40세 연하의 부인에게 대권을 넘겨주려고 한 것이었다. 정치권력은 원래 다 그런것이다 치더라도, 본국 종교계에도 부자세습으로 시끄럽기는 마찬가지다. 신도수 10만명이 넘는 초대형교회인 명성교회에서 김삼환 원로목사가 자신의 아들에게 담임목사를 물려준 것이다. 사회적 상식으로나 교회법으로도 범죄에 가까운 이번 부자세습으로 비판과 자성의 목소리들이 높아지고 있다. 내려놓으면 편해진다 비단 멀리있는 얘기가 아니더라도 가까운 곳에서도 내려놓지 못해 망신을 당하는 사례가 여럿 있다. 한인회, 노인회, 상공회의소등 한인단체들에서도 회장자리를 두고 안 내려오려는 자와 끌어 내리려는 자들이 미국 법정소송까지 가는 추태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는 회장자리에 연연하여 골목싸움을 하는지 실소가 나올 때가 많다. 부부사이에서도 본인이 먼저 주도권을 내려놓을 때 가정이 화평 해진다. 하물며 조직이나 회사, 국가에서 본인만이 적임자이며 나 없으면 안된다는 교만한 마음이 그 구성원들을 힘들게 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 시가 문득 떠오른다.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박성보 (미디어협회)
2017-11-04 재앙의 징조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 곳곳에서 자연재해를 포함한 각종 재앙이 연속으로 닥쳐오고 있다. 홍수를 동반한 무시무시한 허리케인, 태평양 연안지역의 연이은 강력한 지진,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대형산불들.. 여기에 자살폭탄테러, 총기난사 등 인재까지 겹쳐서 지구촌 어느곳이나 안전지대는 없다는 말이 실감이 날 정도다. 그 어떤 재난이나 사고도 원인은 반드시 있다. 경제대국으로 성장하는 중국의 무분별한 산업개발과 삼림의 훼손은 당사국은 물론 한국을 포함한 인근 국가들의 대기오염을 확산시키는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다. 중국발 미세먼지와 황사는 한국의 온 국민들에게 마스크를 쓰게하는 환경재앙이 되고 있다. 잊을만 하면 한번씩 터지는 미국의 총기난사 사건. 갈수록 희생자들의 규모가 커지고 불특정 다수를 겨냥하는 범인들의 정신상태가 더욱 국민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총격사건이 터질 때 마다 총기소지를 규제하는 법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들이 나오지만 현실적으로 시행된 적은 없다. 전국총기협회(NRA)가 정치권에 막대한 로비자금을 뿌리며 총기규제법안을 막고 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일본은 물론 주변국들을 방사능 공포로 몰고갔던 후쿠시마 원전사고. 강력한 지진으로 인한 사고였지만 안전장치가 허술했고 사고 수습과정에서 방사능 물질들이 누출되어 동식물들과 인근지역 주민들이 아직도 고통을 받고 있다고 한다. 신에너지 창출을 위한 문명으로 인해 인간이 혹독한 댓가를 받는 사례가 되었다. 캘리포니아 역사상 최악의 화재로 알려진 최근의 나파 소노마 화재. 수천채의 집과 건물이 불에 타 재로 변한 모습의 사진들과 북가주 전역에 퍼진 매케한 연기가 우리를 허탈하게 만든다. 와인산지로 유명한 나파밸리의 명성도 이제 금이 가고 있다. 이번 화재사건으로 이 지역의 또다른 현실도 알게 됐다. 화재 피해지역에 마리화나를 재배하는 농가가 수천가구에 이른다는 사실을. 혹여 마약의 확산을 막으려는 신(神)의 경고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생기는 대목이다. 박성보 기자 샌프란시스코 저널
박성보 (미디어협회)
2017-10-04 사실은...
각 사람마다 자주 쓰는 표현이나 단어가 몇 개씩은 꼭 있다. 학교나 직장에서는 한 동료가 자주 쓰는 말을 그 사람의 별명으로 지어주는 경우도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TV뉴스를 진행하는 앵커나 토크쇼의 진행자들은 물론 강단의 목회자들이 자주 쓰는 표현이 있다. '사실은...' '실은...' 접두어처럼 붙여쓰는 이 말을 독자들도 자주 들어보았을 것이고, 또 본인도 자주 사용하고 있을 수도 있다. 남들이 쓰니까 따라서 쓰게 되었는지, 사회에서 많이 쓰니까 뉴스진행자까지 쓰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떨 때는 귀에 거스릴 정도로 자주 사용하는 사람도 있다. 왜 이 표현이 부쩍 자주 쓰이게 되었는지 분명하지는 않지만, 현대 사회가 가짜뉴스들이 판을 치고 거짓말이 많아진 시대에서 자연스럽게 사실임을 강조하기 위해 나온 표현으로 보인다. 정치적인 목적으로, 개인의 이익만을 위한 목적으로 사실을 왜곡하고 거짓소문을 만들어 내는 혼란스러운 이 시대가 낳은 결과이기도 하다. 여기에 한 술 더 떠, 한 국가의 정보기관원들 까지 동원되어 유언비어를 퍼뜨리고,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바른소리를 내는 연예인과 민간인들을 사찰하고 불이익을 줬다는 사실이 우리를 경악하게 만든다.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앞두고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고 있는 조국 대한민국이 꼭 알아야 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소득수준이 국민의 의식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수 십 억원대의 아파트에 살며 고급 외제차를 타고 다녀도, 외국여행을 수시로 다니며 영어를 잘 해도, 선진국으로 넘어서야 할 언덕은 분명히 있다. 사회정의가 살아있어 누구나 기회를 가질 수 있으며, 인간의 존엄성이 보장되고, 국민의 의식수준과 정치수준 또한 국제적인 수준까지 올라 갔을 때, 비로소 일등국민으로 대우를 받을 것이다. 정직한 사람들이 많아서 '사실은..' 이라는 표현이 필요없는 사회가 선진사회라는 것이다. 사실은(?)... 그런 롤모델이 되는 국가나 국민이 별로 없기는 하다.
박성보 (미디어협회)
2017-09-04 세계 최고와 최고 중 하나 (Best & One of the best)
지난달에 이어 미국인들과 한국인들 사이의 문화적 차이점에 대해 소개한다. 어느쪽이 좋고 나쁘다는 의미가 아니고 문화의 다른 점을 지적하는 것이니 독자들의 이해를 바란다. 한국인들은 어떤 분야든지 최고를 추구한다. 유치원부터 시작되는 무한경쟁사회에 참여하면서 늘 1등을 향해서만 질주한다. 한국인들의 높은 교육열은 현 한국사회에서는 학벌만이 신분을 상승시키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믿기 때문에 기인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일류대학만을 고집하고 대기업만을 선호하는 것이다. 요즘 한국의 학부모들은 미국의 대학랭킹 리스트에 대한 정보도 이곳 현지인들보다 더 자세히 알고 있는듯 하다. 이러한 한국인들의 1등 사랑은 사회 각 분야에서도 적용된다. 세계 최고라든지 최소한 세계 몇 번째 정도는 되어야 인정을 한다. 올림픽에서도 꼭 금메달을 따야만 국민들에게 각인이 되고, 외모도 비슷한 또래 중에 가장 이뻐야만 관심을 받기에 화장술이나 성형기술이 최고수준을 자랑한다. 또한 'OECD 국가중 몇 번째'라는 식으로 다른나라랑 비교하거나 순위를 매기는 것을 좋아해서 하위권에 머물면 큰일 나는 줄 안다. 이에 비해서 미국인들은 석차나 순위에 대해서는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는다. 학교에서는 성적에 따른 석차를 매기지 않으며 상대 평가보다는 절대평가가 우선된다. 하지만 경쟁심을 부추기지 않으니 다른나라 동급학년생들에 비해 교육평가수준은 다소 뒤쳐지기도 한다. 명문고란 일류대학을 얼마나 많이 보냈느냐가 아니라 전인교육을 통해 학생들의 재능을 발전시키고 인격적으로 성숙한 사람들을 배출한 학교를 뜻한다. 미국인들은 세계 최고(Best)라는 표현보다는 세계 최고 중 하나 (One of the best)라고 표현을 즐겨쓴다. 비록 역사는 짧지만 국가경쟁력이나 군사력, 기술력 등 모든 분야에서 세계 최고임을 자타가 인정하는데도 미국인들은 한사코 최고라고 말하지 않는다. 가진자의 여유일까 아니면 비교당하는 상대에 대한 배려일까?
박성보 (미디어협회)
2017-08-04 지겨운 천국 재밌는 지옥
강산이 두번 바뀌는 세월을 미국에서 보내면서 한국과 미국의 문화적 차이점을 이제서야 정확히 느끼는 것 같다. 직업상 한국뉴스에 민감하고 미국내의 한국인들을 주로 상대해왔으며 최근에는 한국에서 여행 온 관광객들을 도와주는 일을 하게되면서 양 국민간의 문화적 괴리를 파악하게 되었다. 여러가지 측면이 있을 수 있고 개인적으로 관점의 차이도 있으니 일단 일상생활에서의 차이점을 소개한다. [조급함과 여유로움] 한국이 전쟁 폐허국가에서 경제대국으로, IMF사태에서 최첨단 IT 강국으로 성장하는데는 한국민들의 근면함과 '빨리빨리' 문화를 요인으로 들 수 있다. 모든 일을 신속히 처리하는 것이 예의처럼 여겨지며 느린것은 민폐로 낙인찍힌다. 하지만 미국인들은 광활한 땅을 개척하며 느리지만 여유있게 생활하는 것이 몸에 배어있다. 그러니 음식점 앞에서나 공연장 앞에 길게 줄을 서있어도 전혀 개의치 않지만 한국인들은 못마땅해 하고 종업원들의 느린 행동을 지적하기에 이른다. 그러니 음식점에서 식사 후에 팁(tip) 놓는 것에도 인색하다. 운전을 하면서도 한국인들은 조금이라도 빨리 가려고 차선을 옮겨 다니거나 크락슨(경적)을 울리기도 하지만, 워낙 긴거리를 운전하는 미국인들은 웬만하면 제 차선을 유지하면서 느긋하게 간다. [회사중심과 가족중심] 요즘은 한국사회가 많이 달라졌지만 주중에 직장인들이 퇴근후 가족들과 저녁식사를 함께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상사와 동료들의 눈치를 보느라 할 수 없이 저녁회식에 참석하는 경우도 있지만 밤문화가 발달되어 자신도 모르게 습관처럼 회식이나 모임 자체를 즐기게 된다. 퇴근시간이 비교적 이른 미국인들은 저녁 시간을 거의 가족들과 함께 보낸다. 별다른 약속도 없고 취미생활 시간을 제외하면 아이들과 놀아주든지 집안의 구석구석 고장난 곳을 손수 고치기도 한다. 한인 이민자들의 경우 이 무료한 시간을 골프모임이나 운동모임으로 보내는 경우가 많지만 이 또한 제한 된 시간과 가족들의 반대에 부딪쳐 포기하기도 한다. 한국의 다이내믹하고 빠른 생활패턴에서 수 십년을 보낸사람들은 미국에서의 무료하고도 느린 생활 자체가 지겹다고 한다. 미국의 느긋한 일상생활을 보내다가 한국을 방문한 후 정신이 없었지만 재미는 있었다고 얘기하는 현지인들이 많다. 그래서 '미국은 지겨운 천국이고 한국은 재밌는 지옥'이라는 말이 생겼을까?
박성보 (미디어협회)
2017-07-04 털어서 먼지 안나는 사람을 찾아라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다'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어떤 조직이 움직이려면 자격을 갖춘 사람이 적재적소에서 최선을 다해야 성공을 향해 갈 수 있다. 세계역사에서 보듯이 인재를 잘써서 태평성대를 이룬 나라도 있지만 군주의 비위만 맞추는 간신들을 등용하여 나라를 파탄에 빠뜨리는 사례는 어느곳에서나 찾을 수 있다. 그래서인지 한 대기업의 신입사원을 뽑는데 점쟁이까지 동원했다는 사실도 남얘기 같지는 않다. 요즘 본국의 새 정부에서 장관 등 요직에 대한 인사를 두고 말들이 많은 것은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과거 정권에서도 그랬듯이 대통령을 포함한 집권세력들은 각 부처마다 정권을 보좌할 입맛맞는 사람을 찾기 마련이고, 야당은 일단 존재감을 드러내고 새정권의 흠집을 내기위해 무조건 반대부터 하고보는 것이다. 도덕적으로나 과거행적에 흠이 너무 많은 후보를 내세우거나, 무난한 후보자를 계속 반대만 한다면 양쪽 다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털어서 먼지 안나는 무결점의 사람은 없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세상 어디에도 없다. 현재 본국정부에서 찾는 장관급 인사들이란 나이 5,60대의 사회 고위층들을 대상으로 하는데, 그들 대부분이 험하고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거나 운동권 전력이 있는 세대들로 웬만한 인생의 오점을 간직한 사람들이다. 또한 도덕군자가 꼭 국정능력이 뛰어나다는 보장도 없다. 인사청문회를 거치며 자신의 과거와 가족들의 프라이버시까지 다 까발려진다면 일해보겠다고 나서는 사람도 없다. 현재로서는 여야 소통과 화합을 통해 정치적으로 푸는 방법밖에 없는 듯 하다. 미국의 인사검증 시스템은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200여가지의 항목별로 사전검증을 철저히 하고 주위사람들의 평가도 반영된다. 인사만을 전문적으로 하는 담당기구가 있어 정밀하게 매뉴얼화된 검증시스템으로 공직자의 도덕성, 전문성, 업무적합성을 조사한 뒤에야 인사청문회를 거치게 된다. 혹독한 검증을 거쳤다고 유능한 공직자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인사검증시스템을 통과하기 위해서라도 공직에 나가려는 자들이 청렴한 생활을 할 것 아닌가.
박성보 (미디어협회)
2017-06-04 변화의 물결에 뒤쳐지지 말아야
세계 최강의 바둑기사도 인공지능(AI)앞에서는 상대가 되지 않았다. 구글의 바둑프로그램 알파고가 세계랭킹 1위 커제 9단을 가볍게 물리치면서 이제 인간은 AI의 적수가 되지 않는다고 선언을 하는 듯 했다. 4차 산업혁명으로 불리는 인공지능은 바둑계뿐만이 아닌 의료계에서도 주가를 올리고 있다. 환자의 진료기록과 신체촬영사진을 분석하여 병증을 진단하고 치료방법까지 제안한다. 웬만한 전공의 보다도 실수없이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지며 대형병원들이 도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불과 20여년 전만 하더라도 인터넷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발음하기도 힘들다고 하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 전 세계 수 십억대의 휴대용컴퓨터인 스마트폰이 우리 모두의 손에 들려져 있다. 각자의 지문과 홍채인식이 가능하고, 공원에 앉아서 세상의 모든 지식을 찾아보고, 웬만한 회사업무를 손바닥 안에서 해결할 수 있다. 각 나라의 정치환경도 변화의 물결이 밀려들며 급박하게 바뀌어 가고 있다. 오랜기간 탄탄했던 유럽연합이 붕괴조짐을 보이고 유럽의 각 국가들은 자국의 손익계산에만 몰두하고 있다. 미국도 트럼프 대통령의 FBI국장 경질을 둘러싸고 탄핵의 불씨가 피어오르며 격랑의 정치가 예고되고 있다. 촛불로 시작된 시민혁명으로 9년만에 정권이 바뀐 대한민국도 연일 신임정부의 파격적인 국정운영이 뉴스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감이 돌며 북한의 존재감은 동북아를 넘어세계의 골치거리로 등장하기도 했다. 시대가 이렇게 하루가 다르게 바뀌어 가고 있는데 아직도 빨갱이 운운하며 해묵은 사상논쟁이나 벌이는 부류가 주위에 있음에 한심하기까지 하다.세상과 담을 쌓고 사는 것도 자유민주주의 시민의 권리일 수는 있지만 변화의 흐름에 역행하며 사회를 비난하는 자세는 자신이 더욱 고립될 뿐이다. 글로벌시대에는 국가별 사회별 네트워크로 이어진 복잡한 관계가 특징이다. 시대에 뒤떨어진 논리와 자신만의 고집을 주장하게 되 면 국가나 개인도 뒤쳐질 수 밖에 없다. 언론도 국민의 관심과 인 기에만 집착하지 말고 시대적 흐름과 지향점을 제시하는 노력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박성보 기자 샌프란시스코 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