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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02-27 ] [이원창 컬럼] 기환이, 세상을 떠났다

기환이는 떠났다.비오고 추운 날. 할리우드 장지, 꽤 많이들 찾아왔다.비가 조금씩 뿌렸지만 왜 그렇게 속에까지 젖어드던지.속이 춥다. 다들 헬쓱한 얼굴들 , 추워 보인다. 이제 곧 땅 속으로 묻히겠지.

반 쯤 파놓은 젖은 땅 속으로 그는 내려갔다.

그래, 잘 가라. 잘 가.
고생 많았다.
좀은 섭섭하겠지만.
마지막 날, 기도 속에 편안히 눈감았다고 들었다.
하긴 57 세 이면 좀 일찍 간거다.
그래도 제수씨와 아이들 ,너를 참 많이 사랑했다.
먼 날 돌아보면,
다 그게 그거지. 안 그럴까?.....

"일 년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LA 코리아 타운 한 젊은 닥터,
기환이가 끝까지 졸라대자 마지못해 그 속을 밝혔다.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 "아니 의사가 그런식으로 말 할수 있는가"
하면서 언성을 높였었다".
아무리 그래도 , 할 말이 따로 있지",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채 일 년을 못 채우고 가버린 것이다.

"오 십 만불 짜리 보험들 때 그 때는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왜 지금 갑자기 간암이라고 하니" ...
죽기 약 2 년 전에 그가
보험가입 때 받은 정밀 검사를 두고 하는 말이다.

걱정하는 우리를 그는 오히려 격려했다.
바라보는 눈동자 속에는 조용한 불꽃이 타고 있었다.
그게 꺼져가는 불이라는 생각은 미쳐 못했다.
생애 대한 의지가 강했다.
몸은 원래 바짝 마른 편이었지만,
소위 깡단이 있었다.

"UCLA에 동양인 전문 간암 닥터가 있답니다" 하면서,
열심히 그의 권유대로 치료와 약을 들었었다.
약 값만 한 달에 거진 만불. 그 신 약은 보험이 카버하지 않는다고.
거기다가 후코이단까지 포함하면 , 합해서 만 삼천 불.
그래도 복수에 물이 점 점 더 차기 시작했다.
그렇게 아파서 찿아가도 병원 대기실에서 몇 시간 씩 기다리게 했다.
"형님, 그래도 괜찮습니다. 어떻게 하겠습니까?"
그 들을 이해하려고 했다. 열심히 시키는 대로 했다.
일 년 가까이 노력했지만,
결국은 허사로 돌아갔다.
차라리, 살아 생전에 하고 싶었던 일 들 하고 떠났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LA 길 거리에서 노점상도 했고, 자바 시장에서 옷 장사를 거쳐,
산타 모니카에서 열 몇 명 데리고 세탁소도 했었다.
자신의 깡마른 모습 보다는,
은발의 구렛나루를 가진 점잖은 백인 매니저를 앞에 세워
손님들은 그가 주인인 줄로 착각할 정도였다.
"아무래도 저 친구가 해먹는 것 같습니다" 라고 얘기하더니,
그후 6 개월이 지나 조용히 내보냈다고 나에게 귀띔 해주었다.

그 후 , 약 7-8 년 전 샌 버나디노 빅토빌 근처 중국식당을 샀다.
"일하는 사람만 36 명인데 막상 사고보니
매상이 전 주인 얘기보다 더 많이 오르더라"고 좋아하더니
한인타운에 또 중국식당을 구입했다.
본인 말로는 , 믿기어려운 액수가 들었다고 하는데
지난 번 간암 진단 받았을 때부터 마켓에 내놓았다가
죽기 바로 전에 반 값에 팔았다고 한다.

토렌스에 있는 투고 전문 중국집과 빅토빌 식당은 남겨두고 갔다.
"빅토빌은 자주 들리지 않는다"고 ?
" 주방장이 대금을 잘 보관했다"가 기환이나 , 누가 가면 전해준다고 한다.
"현금이 많을 텐데, 괜찮을가"하고 물으면,
"그 사람 틀림없어요"라고 자신있게 대답한다.

급히 내려갔지만,
이미 장례 준비는 생전의 가까운 친구 들이 다 준비해 두었다.
코리아 타운 부근의 장례전문 회사.
할리우드 힐 뒷 산에 있는 포레스트 론에 묻혔다.
아내와 두 아이들, 그렇게 넷 식구 열심히 사랑했다.
살아 생전 다른 일들 한 것?
별로 없다. 서로를 사랑한 것 빼고는.
숨 거두기 몇 주 전에도 딸의 로스쿨 진학을 염려했었다.
짧았지만, 온 몸으로 열심히 사랑을 받고, 주고 갔다.
투병 생활, 약 열 한달. 찌푸린 얼굴을 못 보았다.

내 사촌 동생 기환이는 그렇게 , 먼 길 떠나갔다.
아무도 원망하지 않고. 아니 원망할 필요조차 없었겠지.
그저 자신의 시간이 다 한것을 알고
조용히 죽음을 받아들였다.
가는 길에 비가 내렸다.
LA가 추웠다.

Wonyi5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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