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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06-24 ] [이원창 컬럼] 펄의 조용한 죽음

91 세의 중국계 할머니. 플레전힐에 있는 양로원에 계시다가 어느 날 숨을 거둔 것이다. 그녀의 가족들은 본인이 살아생전 얘기한대로
가족 들만 참석한 가운데 화장을 시켰다.

약 4 주가 지난 어느날
가족들 50 여명은 샌프란시스코 부두에서 배를 타고
북 쪽으로 항해 바다를 거슬러 올라갔다.
파도가 멈춘 조용한 노스 베이 바다에 닻을 내리고
그녀의 마지막 남긴 삶, 한 줌의 재를 뿌렸다.
물론 사전 허가를 받아두었다고 귀띔해주었다.

같은 날 오후 3시.
평소에 그녀와 알고 지냈던 사람들 친지들
모두는 가족과 함께 라피엩에 있는 큰 아들 집으로 모였다.
펄을 위한 메모리얼 모임이 준비된 것이다.

다 들 평상시의 간편한 옷차림으로
손주, 아들, 딸들 데리고 모여들었다.
뒷마당 넓은 뜰 옆에는 간단한 다과와 음식들
가벼운 오찬이 마련되었고.
그 옆에는 평소 펄의 살아생전 모습과 여러 만남을 담은
비디오가 보여지고 있었다.
환한 모습으로 웃는 조그만 얼굴.
눈이 더 작아보인다.
그 눈동자 속에는 그 녀가 자식들과 손주들 데리고
고향 땅 중국으로, 캐리비안 크루즈로
이 곳 저 곳 세상을 다닌 흔적이 엿보였다.
모든 여행 비용은 다 그 녀의 호주머니에서 나왔다.

젊은 시절 차이나 타운 가이드, 고학으로 대학졸업 후
학교 선생, 공무원 생활들을 하면서 그 녀가 모은 돈.
그 돈을 남겨주기 보단 , 살아 숨쉬고 있을 때
자식들 데리고 여행다니는데 그 돈을 쓰기를 원했고
또 그렇게 거진 매 년 해왔다.
그래서 가족 다들 "올 해는 또 어디로 갈 것인지" 궁금해 했었다.

그녀의 죽음을 접한 가까운 친지들 그리고 친구들.
그 흔한 장례 예배도 가지 못했고, (없었으니까)
또 멀리 가까이 장의사를 따라 운전해 갈 필요도 없었다.
그저 아픔이 가신 후 그 녀의 아들집에 모여
상을 당한 가족들과 함께 오찬을 나누며
그녀의 삶과 남기고 간것들 같이 기억했을 뿐.
값진 삶을 향유하고 간 그 녀의 떠남을 서로 따뜻한 미소로 받아들였다.

그렇게 펄은 조용한 기쁨을 남기고 갔다.
아무도 힘들어하지 않았다. 전혀...

이원창. wonyi5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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