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

Korean 독자 칼럼

[ 2013-10-24 ] [이원창 컬럼] 마지막 승부

수업을 마치고 나오자 담임 선생님이 불렀다, "이원창, 교무실로 와". 아니 왜 갑자기 부르는 건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원래 교무실에는 들어가기가 뭣하다.
대게 뭔가 잘못된 경우에 불려가는 경우가 많으니까.
"어, 부모님, 좀 오시라 그래" 목소리가 약간 강압적이다.

아버지는 사업으로 늘 지방에 계셨고 어머니도 자주 밖으로 도셨다.
중 2 때 이문동 새집으로 이사간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도둑에 놀라
쓰러지신 이 후 전혀 회복을 못하셨다. 어쩔수가 없었다.........

둘째 누나가 쉬울 것 같았다.
담임 선생님과의 면담 후 표정이 그렇게 밝지않았다.
누나는 나를 데리고 중앙일보 옆 골목길 식당으로 갔다.
"너 돈까스 좋아하잖아." 아니, 누나가 웬일이지?...
한 2 년 전 엄마를 따라가 돈까스를 먹은 이후 처음이었다.
누나와 달리 당시 엄마는 한사코 나만 먹을 것을 권했다.
배부르다고 하셨지만, 형편이 어려운 줄 알고 있었다.
목이 메이기 보단, 좀 창피했다. 둘이서 하나만 시키다니.
자유극장 뒷골목 다 차지했던 큰 집에서 살다, 하루아침에 방 한칸
사글세 방으로 망해간 것 일찌기 가슴 깊숙히 박혀 있었다.

"원창아,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마라. 선생님이 그러는데
네가 고 2 올라 갈 때 낙제할지 모른다고 하더라.
네 입학 석차가 420 등, 간신히 끝으로 들어왔단다"
뭐라고 낙제라고?....

당시 고 일 수학을 맡았던 민병수 (?) 선생님은 말할 때 마다
자신이 선생이기 이전에 '선배'임을 강조하셨다.
해석하자면 ,후배들을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매로서 다스리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시사하는 발언이었다.
중간 시험이 끝난 날, 바로 그 날은 '줄 타작'을 하는 날이다.
교실에 들어올 때 큼직한 몽둥이를 들고 나타난 의지의 사나이!
"시험성적이 그게 뭐야. 지금부터 이름 부른 놈은 다 앞으로 나와!"
삽시간에 교실에는 무거운 정적이 흐른다.
부르는 족 족 궁둥이를 만지면서 나갔다. 미리 만줘줘서 그 고통을
줄이려는 심사였겠지...거진 다 맞고 내 순서가 가까이 왔다.
"이XX...나 와 이자식아" 내 짝이 떨면서 앞으로 나갔다.
이제 내 순서. "이원창....음 괜찮아. 앉자" 휴! 간신히 살았다.
순간 나를 쳐다보는 내 짝의 사무친 눈동자.


둘의 사이가 점 점 더 틀어지기 시작한 어느 날.
옥신각신 다투다 시작종이 울려 분을 삭이고 자리에 앉았다.
선생님이 막 들어오는 순간 갑자기 주먹이 날라왔다. 절묘한 타이밍?
수업이 끝나고, 학교 뒷문 좁은 골목길로 녀석은 앞장을 섰다.
"어디까지 가는 거야"하고 묻는데 갑자기 가방에서 장똘을 꺼내
나를 찍으려는게 아닌가. 주먹이 아닌 돌로 치겠다고?
깜짝놀란 나는 정신없이 달아났다. 아, 이 비겁한 놈. 이원창!

그 후 예상과 달리 낙제는 면했고 고 3 졸업반까지 올라갔다.
다음 해 1971년, 그 해 입시는 참으로 특이했다.
S 대를 피해서 K 대로 지원한 친구들. 법대 대신 안전한 합격선을 고려,
13 명이나 경제과로 지원했었다. 그런 생각을 가진 입시생이 많았나,
그 해 경제과는 경쟁률이 17.4:1 (?), 최고의 기록을 세웠다.
S 대 지원을 염두에 두고 독어보다는 불어를 택한 녀석들.
K 대 불어시험 출제는 전혀 엉뚱한 보도듯도 못했던 문제들 ,
그 결과였던지, 한 명도 안 남기고 다 떨어졌다, 단 한 녀석만 빼고.
바로 그 녀석 , 갓 실시된 예비고사 합격이 목표였던 돌 반 친구가
다이아몬드 반 출신 13 명을 꺾고 합격했다니.
역시 이XX는 못말려....그 아버지가 동창회 회장이었다나.
뛰어난 사회 적응 능력 탓인지 수원의 어느 대학교 이사장이 되었다고 들었다.

나도 법대를 피해 영문과를 지망 , 또 그 때 처럼 간신히 걸렸다.
중 입시때 2 번 이나 떨어진 것 , 고교, 대학 입시 때 두 번이나 보상받았나?
도합 현재 전적 2 패 2 승. 사실, 그 2 승도 내가 잘해서 된 것 아니다.
누군가가 뒤에서 나를 도와주고 있다는 그 믿음, 참 고마운 일이다.
해도 너무 자주 내 필요한대로 믿음을 적용하니 그게 문제지...


2 패 2 승?... 바깥세상으로 나간 후 무수히 이기고 졌었다. 그게 중요하랴?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승부; 마지막 순간 마음 비우고 떠날 수 있다면 ,
지나친 욕심일까? 나 혼자만 마음 비우면 무슨 소용이 있나?
평생 내편인 사람들 말고도 나로 인하여 마음이 무거워진 사람들,
그 무거움, 아픔을 달래줘야 마음 편히 떠날 수 있지않을까?
그렇게보면 마지막 승부, 이길 확률이 너무나 낮다, 낮아!
위 광고는 광고입니다. 광고리스트보기
SF Journal 광고 문의: 이메일 sfkoreankim@gmail.com
위 광고는 광고입니다. 광고리스트보기
SF Journal 광고 문의: 이메일 sfkoreankim@gmail.com